월·금엔 텅 비는 맨해튼 … 건물주 "3년반 월세 빼드립니다"

 人参与 | 시간:2024-03-29 07:35:48

월·금엔 텅 비는 맨해튼 … 건물주

상업부동산 위기 뉴욕 맨해튼 가보니…곳곳에 임대 현수막화수목 3일 출근이 대세
월·금엔 텅 비는 맨해튼 … 건물주
특급호텔 연회장 예약도 '0'
월·금엔 텅 비는 맨해튼 … 건물주
사무실 수요 팬데믹前 60%
월·금엔 텅 비는 맨해튼 … 건물주
월세지원 기간 2배로 늘려
"금리인하 시점 늦어지면
이자 못내는 매물 쏟아질듯"
지난 13일(현지시간) 메디슨가 335번지에 위치한 28층 높이 최신 리노베이션 건물 '22 밴더빌트' 벽면에 사무실 임대 광고가 걸려 있다. 뉴욕 윤원섭 특파원
"럭셔리 사무실을 임차하세요. 15년 계약하시면 3년6개월 치 렌트비를 빼드립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최고 상권을 자랑하는 '플라자 디스트릭트'. 맨해튼에서 30년 이상 사무실 임대를 중개한 퍼스트뉴욕의 순 리 대표와 현장을 찾았다. 이 거리는 플라자 호텔이 있는 5번가와 6번가에서 남쪽으로 약 15블록에 걸쳐 있는데, 걷는 동안 수많은 임대 광고와 마주쳤다. 건물 2~3개당 하나꼴이었다.
뉴욕에서도 손꼽히는 번화가에 대부분 A급 건물로 회의실, 식당 등 최신 편의시설을 갖춘 곳이 많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만 해도 건물 외벽에 임대 광고를 하는 일이 드물었지만, 최근 공실이 늘어나면서 체면이 깎이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너도나도 광고를 내걸고 있다.
공실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건물주들이 내건 '월세 면제 기간'이다. 순 리 대표는 "위치가 좋은 신축 A급 건물의 경우 월세를 내리면 건물 값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월세를 유지하는 대신 임차인에게 일부를 돌려주는데, 최근 이 금액이 역대급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지금은 15년 임차했을 때 약 3년6개월 치 비용을 임차인에게 제공하는 게 트렌드다. 예를 들어 건물주가 임차인 사무실의 인테리어 공사비(약 2년 치 월세에 해당)를 부담하고, 여기에 1년6개월 동안 임차료를 면제해주는 방식이다. 순 리 대표는 "2019년 팬데믹 직전에 이 같은 '건물주 패키지'는 15년 임대를 기준으로 약 1년6개월 수준이었고,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1년9개월을 넘지 않았다"면서 "지금 사무실 임대 시장은 건물주 입장에서 최악"이라고 말했다.
그는 "건물주 패키지를 제공할 수 있는 곳은 그나마 실탄을 갖춘 기관 건물주"라며 "어중간한 위치에 오래된 B급 건물 주인들은 월세를 내려도 공실이 늘어나고 있어 언제 죽을지 모를 시한부 인생"이라고 전했다.
맨해튼 임대 업계에서는 현재 사무실 임대 시장이 금융위기 때보다 악화됐다고 아우성이다. 금융 시장 리서치 기관인 KBW는 올해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평균 5~10%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마천루의 시대'가 끝났다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실제로 최근 뉴욕 전역에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30개 분량의 사무실이 비어 있다는 진단이 나오기도 했다. 맨해튼 부동산 업계는 사무실 건물 불황이 5년 이상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거스를 수 없는 재택근무 트렌드다. 앞서 건물주들은 팬데믹 이후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믿고 막대한 시설 투자를 했다. 월세를 더 많이 받기 위해 건물에 멋진 회의실과 체육관, 식당 등을 새로 지었다. 그러나 월요일과 금요일에 출근하지 않는 '부분 재택근무'가 보편화하면서 기업들은 엔데믹 국면에서 오히려 사무실 공간을 더 줄이기 시작했다. 현재 맨해튼 회사들이 사용하는 사무 공간은 팬데믹 전 대비 60% 수준에 불과하다.
특급 호텔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맨해튼의 한 5성 호텔 관계자는 "중요한 행사는 화·수·목요일 사흘 중 치르는 게 일반적"이라며 "월요일이나 금요일 행사는 기피 대상이 된 지 오래"라고 말했다. 문제는 올해부터 건물 담보 대출 만기가 돌아오면서 높아진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건물이 속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상업용 부동산 대출 만기는 5~10년이다.
윤제성 뉴욕생명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예상보다 견조한 경제 지표들이 나오면서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뒤로 밀리게 되면 건물 담보 대출 차주가 직격탄을 맞게 된다"면서 "5년 전 3%에서 지금 6%대로 올라간 대출 이자를 부담하기 어려워 키를 내던질 건물주가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4년 공실을 버티지 못하고 최근 백기를 든 '플랫아이언' 빌딩처럼 주거용으로 전환하려는 시도가 있지만 이마저 녹록지 않다. 뉴욕시의 주거 월세 상한 제도 때문이다. 규제 대상 아파트는 1년 계약 시 3%, 2년 계약 시 2.75% 등 인상률 상한이 있다.
이재랑 한국은행 뉴욕사무소장은 "최근 주가가 급락하면서 위기 논란을 겪은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가 주로 뉴욕시의 렌트 상한 규제를 받는 다세대 아파트 대출을 취급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조사 업체 코스타에 따르면 뉴욕 가격 상위 20% 건물의 공실률은 팬데믹 직전인 2019년 11%에서 올해 초 18%까지 뛰었다. 공실률은 앞으로 계속 증가해 2026년 말이면 22%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KBW에 따르면 올해부터 내년까지 2년 동안 만기가 돌아오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 규모는 1조2000억달러(약 1600조원)에 이른다.
[뉴욕 윤원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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